너무 AI 같아요, 라는 말

"이거 너무 AI 같아요."
시안을 띄운 회의에서, 팀장이 화면을 3초쯤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시안을 올린 후배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 시안은 후배가 밤을 새워 직접 손으로 잡은 것이었으니까. AI가 만든 게 아니었다. 그런데 "너무 AI 같다"는 한마디 앞에서, 후배는 자기가 만든 것을 변호할 언어를 끝내 찾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대체 "AI 같다"는 건 무슨 뜻일까.
몇 년 전만 해도 "AI 같다"는 말은 하나의 묘사였다. 매끈한데 어딘가 밋밋하고, 정답 같은데 체온이 없는 것. 그런데 어느새 이 말은 묘사가 아니라 판정이 되었다. 회의에서 누군가 "좀 AI 같은데요"라고 던지면, 그 순간 대화는 끝난다. 아무도 반박하지 못한다. 무엇이 'AI 같음'이고 무엇이 '우리다움'인지, 정작 그 기준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과물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이 흐려졌다는 데 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만드는 데 오래 걸렸다. 그만큼 하나의 결과물을 오래 들여다봤고, 왜 좋은지 왜 아닌지를 말로 설명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제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시안 스무 개가 3초 만에 쌓인다. 만드는 속도는 극적으로 빨라졌는데, 그 결과물을 판단하는 감각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준 대신 느낌으로 판정한다. "이건 좀 AI 같아요"는, 사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안 들어요"의 세련된 번역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건 디자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에서 오가는 거의 모든 피드백이 비슷한 자리에 선다. "이거 좀 별로예요"와 "이 부분이 고객에게 이렇게 읽힐 것 같으니 이렇게 바꿔보죠"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앞의 것은 느낌이고, 뒤의 것은 기준이다. 앞의 것은 대화를 닫고, 뒤의 것은 다음 수정을 연다. "너무 AI 같아요"가 유독 답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느낌은 분명한데 기준이 비어 있어서, 듣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진짜 병목이 드러난다. AI 덕분에 제작은 빨라졌지만, 조직 전체의 속도는 그만큼 빨라지지 않았다. 시안은 순식간에 나오는데, 그걸 누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결정이 자꾸 멈춘다. 승인자가 늦게 보면 멈추고, 기준이 흐리면 다시 멈추고, 누가 결정권자인지 모호하면 또 멈춘다.
AI는 이미 도착했는데, 결재는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AI 시대에 정말 필요한 능력은 '빠른 제작'이 아니라 '빠른 판단'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다. 누가 보고, 무엇을 기준으로 보고, 어떤 의견을 반영하며, 어디까지가 최종인지. 이것이 정리되어 있어야 AI의 속도가 비로소 조직의 속도로 바뀐다. 그렇지 않으면 빨라진 제작은 오히려 판단해야 할 짐만 잔뜩 쌓아 올린다.
'더크림유니언'의 COS(CREAM ORCHESTRATION SYSTEM)가 다루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COS는 요청에서 목적을 분명히 하고, 제작 과정을 연결하고, 판단과 승인을 흐름 안에 놓고, 그 결과를 다시 쓸 수 있게 남긴다. 그래서 "너무 AI 같아요" 같은 느낌의 판정 대신, "이 기준에서 이래서 맞다, 혹은 아니다"라는 판단이 조직 안에 쌓이게 한다. 빠른 회사는 빨리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빨리 판단하고, 빨리 연결하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회사다.
"너무 AI 같아요"의 반대말은 "사람이 만들었네요"가 아니다. 그 반대말은 "우리답네요"다.
그리고 우리다움은, 느낌으로 떠돌 때가 아니라 기준으로 남을 때에만 다음 사람에게 전해진다.